모순을 찾아라 – 항등식의 기술 (울산대, 2020)

이 글에서는 항등식의 기술이 문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문제는 항등식의 기술이 문제가 요구하는 모순을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문제입니다.

문제

서로의 차가 \(2\)이상인 네 정수 $$p>q>r>s$$가 주어질 때 다음 조건 (가), (나)를 모두 만족하는 계수가 정수인 3차 다항식 \(f(x)\)가 존재할 수 없음을 보이시오. $$\begin{align}
&A=f(p)-f(q), B=f(q)-f(r)\\
&C=f(r)-f(s), D=f(s)-f(p)\\
\end{align}$$라 하면, $$\begin{align}
&\text{(가) } ABCD<0\\
&\text{(나) } |A|,|B|,|C|,|D|\text{ 는 모두 소수}
\end{align}$$

문제를 풀기 위한 준비

$$f(x)=a_nx^n+a_{n-1}x^{n-1}+\cdots+a_1x+a_0$$라고 할 때, 서로 다른 \(n+1\)개의 실수 \(p_1,p_2,…,p_{n+1}\)에 대해,  $$\begin{align}
&f(p_1)=f(p_2)=\cdots=f(p_{n+1})=0\\
&\Leftrightarrow f(x)=0 \text{이 }x\text{에 대한 항등식}\end{align}$$

문제 풀이의 단계

STEP 1: 삼차 다항식 \(f(x)\)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기

이 문제가 요구하는 것은 문제의 조건을 만족하는 삼차 다항식 \(f(x)\)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와 같이 어떤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시오”와 같은 요구는 보통 귀류법을 사용하여 해결합니다. 먼저 문제의 조건을 만족하는 삼차 다항식 \(f(x)\) 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여 새로운 사실을 도출해내고, 그러한 사실들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찾아 문제의 조건을 만족하는 \(f(x)\)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주어야 할 것은

문제의 조건을 만족하는 삼차 다항식 \(f(x)\)가 존재한다.

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삼차 다항식 \(f(x)\)와 문제의 조건을 이용해 몇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STEP 2: \(f(x)\)와 문제의 가정에서 새로운 사실 도출하기

\(f(x)\)는 정수 계수를 가진 삼차 다항식이므로, $$\begin{align}
&f(x)=ax^3+bx^2+cx+d\\
&(a\ne 0, a,b,c는\ 정수)\\
\end{align}$$으로 둘 수 있습니다. 따라서 $$\begin{align}
f(p)=ap^3+bp^2+cp+d\\
f(q)=aq^3+bq^2+cq+d\\
f(r)=ar^3+br^2+cr+d\\
f(s)=as^3+bs^2+cs+d\\
\end{align}$$ 입니다.

조건(나)에서 \(|A|=|f(p)-f(q)|\)는 소수입니다. 따라서 제일 먼저 \(A=f(p)-f(q)\) 의 계산 결과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begin{align}
A&=f(p)-f(q)\\
&=(ap^3+bp^2+cp+d)-(aq^3+bq^2+cq+d)\\
&=a(p^3-q^3)+b(p^2-q^2)+c(p-q)\\
&=(p-q)(a(p^2+pq+q^2)+b(p+q)+c)\\
&=(p-q)(a(p^2+pq+q^2)+b(p+q)+c)\\
&=(p-q)(a(p^2+pq+q^2)+b(p+q)+c) \tag{1}\label{eq1}\\
\end{align}$$ 와 같이 인수분해 된 상태의 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A’=a(p^2+pq+q^2)+b(p+q)+c)$$로 두면, $$A=(p-q)A’$$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이때 \(a\), \(b\), \(c\), \(p\), \(q\)는 모두 정수이므로 \(A’\)는 정수입니다. 한편, 문제의 조건에서 \(p>q\)이므로 \(p-q\)는 \(0\)보다 큰 자연수입니다. 따라서 $$\begin{align}
|A|&=|(p-q)A’|\\
&=|p-q||A’|\\
&=(p-q)|A’|\\
\end{align}$$ 가 되어 소수 \(|A|\)를 두 자연수 \(p-q\)와 \(|A’|\)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소수는 \(1\)과 자기 자신 만을 약수로 갖는 수이므로 소수를 인수분해 하려면 \(1\)과 자기 자신만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A|\)의 인수인 \(p-q\)와 \(|A’|\)중 반드시 어느 하나는 소수가 되어야 하고 나머지 하나는 \(1\)이 되어야 합니다.

문제의 조건에서 \(p\)와 \(q\)는 \(p-q\geq 2\)를 만족시키는 정수이므로 \(|A|=p-q\), \(|A’|=1\)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A’=a(p^2+pq+pq)+b(p+q)+c=\pm 1$$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begin{align}
B’&=a(q^2+qr+r^2)+b(q+r)+c\\
C’&=a(r^2+rs+s^2)+b(r+s)+c\\
D’&=a(s^2+sp+p^2)+b(s+p)+c\\
\end{align}$$ 라 두면, $$\begin{align}
B&=(q-r)|B’|\\
C&=(r-s)|C’|\\
D&=(s-p)|D’|\\
\end{align}\tag{2}\label{eq2}$$이고, $$\begin{align}
&|B|=(q-r),\ B’=\pm 1\\
&|C|=(r-s),\ C’=\pm 1\\
&|D|=(s-p),\ D’=\pm 1
\end{align}\tag{3}\label{eq3}$$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식\(\eqref{eq2}\) 또는 식\(\eqref{eq3}\)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문제를 출제한 쪽에서 공개한 예시 답안에서는, 식 \(\eqref{eq2}\)만을 사용하여 모순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식\(\eqref{eq3}\)에 주목하여 이 문제에서 모순이 생기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모순이 생기는 이유

이 문제에서 모순이 생기는 이유는 문제의 조건과 항등식이 될 조건이 동시에 성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식\(\eqref{eq2}\)를 이용하면 조건 (나)는 다음과 같이 바꾸어 쓸 수 있습니다. $$\begin{align}
&ABCD<0\\
&\Leftrightarrow (p-q)(q-r)(r-s)(s-p)A’B’C’D'<0\\
&\Leftrightarrow A’B’C’D’>0\ (\because s-p<0)\\
\end{align}$$ 입니다. \(\eqref{eq3}\)에서 \(A’\), \(B’\), \(C’\), \(D’\)의 값은 모두 \(\1\)이거나 \(-1\)입니다. 그런데 \(A’B’C’D’>0\)이므로 $$A’B’C’D’=1$$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네 수를 곱해 \(1\)이 되는 조건을 생각하면, 다음과 같이 경우를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A’\), \(B’\), \(C’\), \(D’\) 가 모두 \(1\)일 때

만약 \(A’=B’=C’=D’=1\)이라면 \(A’\), \(B’\), \(C’\), \(D’\) 중 임의로 \(2\)개을 골라서 뻴셈을 해보면 그 결과는 언제나 \(0\)이 되어야 합니다. 먼저 \(A’-B’\)를 계산해보면 $$\begin{align}
&A’-B’\\
&=a(p^2+pq+q^2)+b(p+q)+c)\\
&\ -a((q^2+qr+r^2)+b(q+r)+c)\\
&=(p-r)(a(p+q+r)+b)\\
\end{align}$$ 이고, \(A’-B’=0\)이므로 $$(p-r)(a(p+q+r)+b)=0$$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의 조건에서 \(p-r>0\)이므로 $$a(p+q+r)+b=0\tag{5}\label{eq5}$$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B’-C’\)를 계산하면 $$a(q+r+s)+b=0\tag{6}\label{eq6}$$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여기에서 아주 흥미로운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g(x)=ax+b\)라 할 때, 식\(\eqref{eq5}\)와 \(\eqref{eq6}\)은 $$\begin{align}
g(p+q+r)&=0\\
g(q+r+s)&=0\\
\end{align}$$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p>q>r>s\)이므로 $$p>s\Leftrightarrow p+q+r> q+r+s$$입니다. 따라서 $$p+q+r \ne q+r+s$$입니다. 즉 등식 $$ax+b=0$$이 서로 다른 두 실수 \(p+q+r\)과 \(q+r+s\)에 대해 성립하고 있는 것입니다! [항등식의 기술]에서, 서로 다른 두 실수에 대해 등식 \(ax+b=0\)이 성립하면 등식 \(ax+b=0\)은 항등식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a=0, b=0$$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a\ne 0\)이라는 문제의 가정과 모순입니다!

\(A’\), \(B’\), \(C’\), \(D’\) 가 모두 \(-1\)일 때

만약 \(A’=B’=C’=D’=-1\)이라면 앞서 \(A’\), \(B’\), \(C’\), \(D’\)가 모두 \(1\)일 때와 같이 \(A’\), \(B’\), \(C’\), \(D’\) 중에서 임의로 \(2\)개을 골라서 뺄셈을 하여도 그 결과는 언제나 \(0\)이 됩니다.앞서와 같은 계산을 하면 결국 $$a=b=0$$을 얻을 수 있고 이 경우에도 \(a\ne 0\)이라는 문제의 가정과 모순입니다!

\(A’\), \(B’\), \(C’\), \(D’\) 중 \(1\)이 되는 것이 \(2\)개, \(-1\)이 되는 것이 \(2\)개 일 때

여 경우에도 문제의 가정과 모순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begin{align}
&A’=B’=1\\
&C’=D’=-1\\
\end{align}$$ 이라고 하면 (다른 경우에도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서 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begin{align}
&A’-B’=0 \Leftrightarrow a(p+q+r)+b=0\\
&C’-D’=0 \Leftrightarrow a(r+s+p)+b=0\\
\end{align}$$ 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p>q>r>s\) 이므로 $$q>s\Leftrightarrow p+q+r>r+s+p$$입니다. 따라서 \(p+q+r\ne p+r+s\)입니다. 또 다시 등식 \(ax+b=0\)이 서로 다른 두 실수 \(x=p+q+r\)과 \(x=r+s+p\)에 대해 성립하고 있습니다. 즉, 등식 \(ax+b=0\)은 항등식이므로 $$a=b=0$$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a\ne 0\)이라는 가정과 모순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고차항의 계수 \(0\)이 아닌 삼차 다항식으로는 문제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다항식 \(f(x)\)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7 Comments
oldest
newest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조호영
3 years ago

다른 사람은 몰랐으면 하는 그 사이트…
godingmath.com

이네요 ㅎㅎ

하윤석
3 years ago

자주 들러서, 감사한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스 내에 x_n 으로 표현된 부분이 있는데, x^n 의 표현 오기같습니다.

가타카
3 years ago

굉장히 유익하고 수학적사고에 익숙해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포스팅하는 데 적지않은 시간이 들었을 텐데.. 감사합니다 덕분에 1:1 과외받는 느낌으로 올려주신 글들 잘 읽고있습니다 ^^

강동현
2 years ago

이거 진짜 재밌는 문제이네요

강동현
2 years ago

제가 한 풀이입니다(만약 오류가 있다면 시간 낭비시켜서 정말 죄송합니다) ABCD<0에서 가령 A를 보면 f(p)-f(q)이고 그것의 절댓값은 p-q라고 할 수 있는데 기울기를 따질 때 처럼 (f(p)-f(q))/(p-q)라고 하면 즉 A’으로 1 또는 -1의 기울기를 갖게 됩니다. 따라서 점 p&q, q&p, r&s, s&p 는 각각 기울기가 1 또는 -1일 것이고 ABCD가 음숫값을 가지려면 4중 1개만 부호가 달라야 합니다. 우선 저는 여기서 기울기1이 3개, -1이 1개로 했습니다, p,q,r,s를 그래프로 그려보니 (적어도 세 점이 한 직선 위에 있도록), 증가하는 함수 즉 y=x+n(n은 그냥 아무 상수)에 있는 경우만 가능하더군요(따라서 D에서만 -1의 값을 가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p&q, q&p, r&s, s&p 중에서 기울기가 {1 또는 -1}이 아닌 것이… Read more »

Last edited 2 years ago by 강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