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수학 문제를 찾아서 – tan1°의 정체 (2006, 교토)

전설의 수학 문제를 찾아서, 7번째 문제는 \(\tan1^\circ\)의 정체입니다. 이 문제는 여러 개의 기본적인 수학 개념을 조합하여 어떻게 좋은 문제를 만들 수 있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문제입니다. 문제의 길이는 아주 짧지만 그 여운은 아주 강렬했던 문제입니다. 실제로 이 문제는 수험생들 중 일부만 풀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기본 개념들은 무엇일까요?

\(\tan1^\circ\)는 유리수인가? 무리수인가?

전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학 문제들은 어떤 것일까요? 문제 풀이의 난이도와 관계 없이, 수학 문제를 푸는 재미가 있는 문제, 학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문제, 문제 풀이의 원리가 여러 다른 문제에서도 두고 두고 사용되는 문제입니다. “전설의 수학 문제를 찾아서”는 전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학 문제들을 찾아 풀어보고,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그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는 연재글입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어려운 문제가 되었는가?

이 문제가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문제의 내용이 아니라 문제의 형식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tan1^\circ\)가 유리수임을 증명하시오” 혹은 “\(\tan1^\circ\)가 무리수임을 증명하시오”와 같이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그 결론이 성립함을 증명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가 요구하는 것은 \(\tan1^\circ\)의 값이 유리수인지 무리수 인지 그 성질을 탐구하여 그 결론을 쓰라는 것입니다.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그 결론이 성립함을 증명하는 문제보다는 그러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없는지를 탐구하는 탐구형 문제가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자연수 \(n\)에 대해, $$\sum_{k=1}^{n}k^2=\frac{n(n+1)(2n+1)}{6}$$이 성립함을 수학적 귀납법으로 증명하는 것보다 $$\sum_{k=1}^n k^4$$의 값이 무엇이 될지 찾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tan1^\circ\)가 유리수인지 무리수인지 결론을 내려 두고 증명을 시작해야 합니다. 만약 그 결론이 잘못된 것이라면 증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tan1^\circ\)가 무리수인지 유리수인지 선택을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과연 \(\tan1^\circ\)는 유리수일까요? 무리수 일까요? 저는 왠지 \(\tan1^\circ\)가 무리수인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tan1^\circ\)는 무리수라고 생각하고 증명을 시작해보겠습니다.

\(\tan1^\circ\)는 무리수이다.

라는 명제를 증명해 보는 것으로 방향을 정해보겠습니다.

\(\tan1^\circ\)는 무리수

이제 방향이 정해졌으니, 구체적인 증명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증명 방법은 귀류법, 수학적 귀납법등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요? 네 맞습니다. 귀류법과 수학적 귀납법 모두를 사용합니다! (제가 정말 이 문제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귀류법

교과서나 참고서를 보면 \(\sqrt{2}\)가 무리수인 것을 귀류법으로 증명하는 방법을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tan1^\circ\)가 무리수임을 귀류법으로 증명해보겠습니다. 귀류법의 첫단계는 결론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순이 생기기 전까지는 언제나 \(\tan1^\circ\)를 유리수로 사용하겠습니다.

만약 \(\tan1^\circ\)가 유리수라면, 그 다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삼각함수의 덧셈정리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것은 삼각함수의 덧셈정리(또는 배각공식)를 사용하여 \(\tan2^\circ\)가 유리수임을 보이는 것입니다. 삼각함수의 덧셈 정리에 의하면, $$\begin{align}\tan2\theta&=\tan(\theta+\theta)\\
&=\frac{\tan\theta+\tan\theta}{1-\tan\theta\cdot\tan\theta}\\
&=\frac{2\tan\theta}{1-\tan^2\theta}\end{align}$$ 입니다. 따라서 $$\tan2^\circ=\frac{2\tan1^\circ}{1-\tan^21^\circ}$$이고 \(\tan1^\circ\)가 유리수 이므로 \(\tan2^\circ\) 역시 유리수입니다. 그렇다면 \(\tan3^\circ\)는 어떨까요? 이것도 역시 유리수입니다. 왜냐하면 덧셈정리에 의해, $$\tan3^\circ=\tan(2+1)^{\circ}=\frac{\tan2^\circ+\tan1^\circ}{1-\tan2^\circ\tan1^\circ}$$ 이고, \(\tan2^\circ\)와 \(\tan1^\circ\)가 유리수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tan 1^\circ, \tan 2^\circ, \tan 3^\circ,.., \tan 45^\circ$$가 유리수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1\)이상 \(45\)이하의 모든 자연수 \(n\)에 대해 \(\tan n^\circ\)은 유리수가 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이제 수학적 귀납법이 출동할 차례입니다.

수학적 귀납법

\(1\)이상 \(45\)이하의 모든 자연수 \(n\)에 대해서, \(\tan n^\circ\)는 유리수이다.

먼저, \(n=1\)일때, \(\tan1^\circ\)는 유리수이므로 이 명제는 참입니다(1). 다음으로 \(n=k\) (\(k\)는 \(1\)이상 \(44\)이하의 자연수)일 때 이 명제가 참이면 \(n=k+1\)일 때 역시 참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n=k\)일 때 이 명제가 참이라면 \(\tan k^\circ\)는 유리수입니다. 덧셈정리에 의해, $$\tan(k+1)^\circ=\frac{\tan k^\circ+\tan 1^\circ}{1-\tan k^\circ \tan 1^\circ}$$입니다. 그런데, \(\tan 1^\circ\)는 유리수이고, 귀납 가정에서 \(\tan k^\circ\)도 유리수입니다. 한편, \(0\lt x\lt 45\)에서 $$0\lt \tan  x^\circ \lt 1$$이므로 $$\begin{align}&0<\tan k^\circ<1\\&0<\tan 1^\circ<1\end{align}$$입니다. 따라서 $$0<\tan k^\circ \cdot \tan1^\circ <1$$이고\(\tan(k+1)^\circ\)의 분모 $$1-\tan k^\circ\tan 1^\circ\ne 0$$이므로 \(\tan(k+1)^\circ\)도 유리수입니다(2).

(1)과 (2)에 의해 \(1\)이상 \(45\)이하의 모든 자연수 \(n\)에 대해서 \(\tan n^\circ\)는 유리수입니다.

다시 귀류법으로

이제 $$\tan 1^\circ, \tan 2^\circ, \tan 3^\circ,.., \tan 45^\circ$$는 모두 유리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 이제 이것들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 중에서 우리는 특수각 \(30^\circ\)와 \(45^\circ\)의 값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두 값을 조사해 보는 것은 좋을 것 같습니다. 앞서 증명한 사실에 의해, \(\tan 30^\circ\)는 유리수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tan 30^\circ=\frac{\sqrt{3}}{3}$$이므로 $$\frac{\sqrt{3}}{3}은\ 유리수$$라는 모순이 생기게 됩니다. 이 모순은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일까요? 바로 \(\tan1^\circ\)가 유리수라는 맨 처음 가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tan 1^\circ\)는 무리수입니다.

몇가지 더 하고 싶은 이야기

이 문제는 복잡한 계산 과정이나 특별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계산 공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삼각함수의 덧셈 정리, 귀류법, 수학적 귀납법과 같은 기본적인 개념을 잘 조합하여 멋진 문제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앞서의 증명 과정에서 \(\dfrac{\sqrt{3}}{3}\)이 무리수라는 것은 특별히 증명하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논술 문제의 답을 서술할 때에는 문제에서 증명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과서등에서 당연한 것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리나 사실에 대해서는 증명없이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앞서 수학적 귀납법에서 \(\tan n^\circ\)를 생각할 때, \(n\)을 \(1\)이상 \(45\)이하의 자연수를 생각한 이유는, \(90^\circ\)의 \(\tan\)값을 계산하는 것을 피하고 덧셈 정리를 사용하여 \(\tan(k+1)^\circ\)를 계산할 때 분모가 \(0\)이 되는 경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이 정도의 범위만 사용하여도 \(\tan 30^\circ\)의 값에서 모순이 생기는 것을 충분히 보일 수 있었습니다. 만약  \(\tan n^\circ\) 대신에 \(\tan (2^{n-1})^\circ\) 가 유리수라는 것을 사용하면 여러 제약 조건을 따져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본문의 증명보다 간결한 증명이 가능합니다. \(\tan (2^{n-1})^\circ\) 가 유리수라고 할 때, 따져봐야할 제약 조건의 수가 왜 줄어드는지,  어떻게 모순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연습문제로 남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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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영
4 years ago

잘 읽었습니다.
오오 수귀로도 0이 아닌 유리수에 대해 tan가 무리수임을 보일수 잇군요.
적분으로 할 수 있다고 들엇는데, 적분을 이용한 풀이도 혹시 올려주실 수 있으세요?

조호영
4 years ago

tan 2^n-1로 하면, 1(tan(45+nㅠ)에서만 1이 나오고, pi는 무리수 이므로) 을 안따져도 됩니다.
혹시 구술면접 대비를 위한 정리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조호영
4 years ago
Reply to  godingMath

넵 맞습니다!. 정말 잘 읽고 있습니다. 구술면접대비 학원보다도 내용이 더 상세한 거 같네요 ㅎㅎ

정원우
3 years ago

흥미로운 글들 항상 잘 읽고 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주원
1 year ago

안녕하세요!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혹시 삼각함수 배각공식으로 tan1~tan45가 유리수임을 보이셨는데, 수학적 귀납법으로 다시 보인 이유가 있을까요? 배각공식만으로는 증명이 충분하지 않아 하신건가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