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부르는 개념 – 부등식을 만족하는 어떤 값

부등식을 만족하는 “어떤 값이 존재한다”라는 조건을 가진 문제는 다음과 같이 최솟값이나 최댓값에 관한 조건을 가진 문제로 바꾸어 풀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형이 가능합니다.

\(f(x)\leq a\) 인 어떤 \(x\) 의 값이 존재한다\(\iff f(x)\)의 최솟값\(\leq a\) 이다.
\(f(x)\geq a\) 인 어떤 \(x\) 의 값이 존재한다\(\iff f(x)\)의 최댓값\(\geq a\) 이다.

이렇게 조건을 변형하는 것은 수학 논리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개념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고난도의 문제들이 종종 출제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변형의 배경과 원리를 알아보고 이를 이용해 문제를 풀어보겠습니다.

변형의 목적과 원리

이러한 변형은 언제 필요할까요? 그리고 그 목적은 무엇일까요? 앞서 설명한 것 처럼 이 변형은 부등식을 만족하는 어떤 값이 존재한다는 조건을 가진 문제를 풀 때 사용합니다. 이 변형에서 “\(\iff\)” 기호가 사용되었다는 것에 주목해주세요. 원래 조건과 변형된 조건은 필요충분관계(또는 동치변형)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래 조건과 변형된 조건은 논리적으로 완전히 같은 조건입니다. 따라서 변형된 조건을 이용해 답을 구하는 것만으로 별도의 처리없이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변형을 사용하면 최솟값이나 최댓값과 같은 구체적인 값에 집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푸는 것이 훨씬 쉬워집니다.

이러한 변형이 가능한 이유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만일 어떤 모임에서 사람들의 몸무게를 조사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하겠습니다.

1. 몸무게가 50kg 이하인 어떤 사람이 있다.\(\iff\)몸무게의 최솟값이 50kg 이하이다.

두 문장이 동치변형 관계에 있다는 것은 몸무게의 최솟값이 50kg이하라는 문장이 필요성과 충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면 됩니다.

● 몸무게가 50kg 이하인 어떤 사람이 있다.\(\Rightarrow\)몸무게의 최솟값이 50kg 이하이다.

먼저, 몸무게가 50kg 이하인 어떤 사람이 존재한다면 가장 가벼운 사람의 몸무게는 50kg 이하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가장 가벼운 사람의 몸무게가 50kg 보다 크다면 모든 사람의 몸무게는 50kg 보다 많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몸무게가 50kg 이하인 어떤 사람이 있다는 사실과 모순입니다. 따라서 가장 가벼운 사람의 몸무게는 50kg 이하가 되어야 합니다.

● 몸무게의 최솟값이 50kg 이하이다.\(\Rightarrow\)몸무게가 50kg 이하인 어떤 사람이 있다.

반대로, 그 모임에서 가장 가벼운 사람의 몸무게가 50kg 이하라면 몸무게가 50kg 이하인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도 참입니다. 몸무게가 가장 가벼운 사람을 바로 그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2. 몸무게가 70kg 이상인 어떤 사람이 있다.\(\iff\) 몸무게의 최대값이 70kg 이상이다.

이 두 문장이 역시 동치변형 관계에 있다는 것은 앞서와 같은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몸무게가 70kg 이상인 어떤 사람이 있다.\(\Rightarrow\)몸무게의 최댓값이 70kg 이상이다.

먼저, 먼저, 몸무게가 70kg 이상인 어떤 사람이 존재한다면 가장 무거운 사람의 몸무게는 70kg 이하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가장 무거운 사람의 몸무게가 70kg 보다 작다면 모든 사람의 몸무게는 70kg 보다 적게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몸무게가 70kg 이상인 어떤 사람이 있다는 사실과 모순입니다. 따라서 가장 무거운 사람의 몸무게는 70kg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몸무게의 최댓값이 70kg 이상이다.\(\Rightarrow\) 몸무게가 70kg 이상인 어떤 사람이 있다.

반대로, 그 모임에서 가장 무거운 사람의 몸무게가 70kg 이상이라면 몸무게가 70kg 이상인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도 참입니다. 몸무게가 가장 무거운 사람을 바로 그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양화자란 무엇인가?

이 변형의 배경에는 양화자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논리에서, ‘어떤’이나 ‘모든’이란 단어를 양화자(quantifier, 量化子)라고 합니다. 양화라는 단어는 ‘어떤 사물을 계산하거나 비교하기 쉽도록 수의 개념으로 바꾸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모든 자연수는 -1보다 크다”라는 문장이나 “10보다 작은 어떤 소수가 존재한다”라는 문장은 모두 “어떤”이나 “모든”같은 양화자를 사용한 문장입니다.

‘어떤’ 이나 ‘모든’이란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서 수학 문제를 만들 수 있을까요? 만일 양화자를 사용할 수 없다면 복잡한 수학 문제는 만들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실수 \(x\) 에 대해 성립하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항등식이나 부등식 문제는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논리 형식의 구별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우리가 배우는 논리는 명제의 ‘부정(\(\lnot\))’, ‘그리고(\(\land\))’, ‘또는(\(\lor\))’과 같은 연산만 가능한 명제 논리(propositional logic)과 ‘어떤’ 이나 ‘모든’과 같은 양화자를 사용할 수 있는 1차 술어 논리(first order predicate logic)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양화자의 사용은 1차 술어 논리를 명제 논리와 구분짓는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한정된 표현만이 가능한 명제 논리에 비해, 1차 술어 논리에서는 ‘어떤’이나 ‘모든’이란 양화자를 도입하여 논리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획기적으로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수학적 표현의 거의 대부분은 1차 논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양화자는 1차 술어 논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종종 양화자의 특징을 이용한 고난도의 문제들이 출제되곤 합니다.  2015년 3월 고2 가형 모의고사 30번 문제가 바로 좋은 예입니다.

2015년 고2 가형 3월 모의고사 30번

좌표평면 위의 점 \(A(0,1)\) 과 점 \(P\) 가 다음 조건을 만족시킨다.

(가) 점 \(P\) 는 제 1사분면에 있다.
(나) \(x\) 축 위의 어떤 점 \(Q\)에 대하여 \(\overline{AQ}+\overline{PQ}\leq 6\) 이다.

위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모든 점 P가 나타내는 영역을 \(D\)라 하자. 영역 \(D\) 에 속하는 점 \((x,y)\) 에 대하여 \(x+y\) 의 최댓값이 \(p+q\sqrt{2}\) 일 때, \(p+q\) 의 값을 구하시오. (단, \(p,\ q\)는 정수이다.)

풀이

STEP 1, 조건(나)를 변형하기

조건(나)를 주목해 주세요. 조건(나)는 \(\overline{AQ}+\overline{PQ}\leq 6\) 를 만족하는 어떤 점 \(Q\) 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즉 조건(나)는 부등식을 만족하는 어떤 점 \(Q\)가 존재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번 조건을 다음과 같이 최솟값을 사용하는 문장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overline{AP}+\overline{AQ}\leq 6 \text{인 어떤 점} Q\text{가 있다}\iff \overline{AP}+\overline{AQ}\text{ 의 최솟값이 }6\text{이하이다}$$

STEP 2, \(\overline{AP}+\overline{PQ}\) 의 최솟값 찾기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overline{AQ}+\overline{PQ}\) 의 최솟값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점 \(Q\)가 \(x\)축 위의 점이므로, 점 \(A\)를 \(x\)축에 대해 대칭 이동한 점 \(A'(0,-1)\) 에 대하여 \(\overline{AQ}=\overline{A’Q}\) 입니다. 따라서 $$\overline{AQ}+\overline{PQ}=\overline{A’Q}+\overline{PQ}$$가 되어 \(\overline{AQ}+\overline{PQ}\) 의 최솟값을 조사하는 대신 \(\overline{A’Q}+\overline{PQ}\) 의 최솟값을 조사해도 됩니다.

\(\overline{AQ}+\overline{PQ}=\overline{A’Q}+\overline{PQ}\)

STEP 3, 점 \(P\) 의 위치 찾기

조건(가)에서, 점\(P\)는 1사분면 위의 점이고, 점 \(Q\) 는 \(x\) 축 위의 점이므로 \(\overline{A’Q}+\overline{PQ}\) 가 최소가 되려면 \(A’,\ Q,\ P\) 가 한 직선 위에 있어야 합니다. 이 세 점이 한 직선 위에 있을 때 $$\overline{AQ}+\overline{PQ}=\overline{AP}$$입니다. 따라서 $$\overline{A’Q}+\overline{PQ}\text{의 최솟값이 6이하}\iff \overline{A’P}\leq 6$$ 입니다.  점 \(A’\) 는 그 위치가 \((0,-1)\) 로 고정되어 있는 점이기 때문에, $$\overline{A’P}\leq 6$$ 이 되려면, 점 \(P\)는 중심이 \(A’\) 이고 반지름이 6인 원에 경계 또는 내부에 있어야 합니다. 한편, 조건(가)에서 점 \(P\)는 제 1사분면 위의 점이므로  영역 \(D\) 는 이 원의 내부 또는 경계와 제 1사분면의 공통영역이 됩니다.

\(0\lt k \leq -1+6\sqrt{2}\)

STEP 4, \(x+y\) 의 최댓값 찾기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문제에서 요구하는 \(x+y\)의 최댓값을 찾는 것입니다. $$x+y=k$$ 로 두면, 이 식을 $$y=-x+k$$ 로 쓸 수 있으므로 이 식은 기울기가 -1,  y절편이 \(k\) 인 직선의 방정식이 됩니다. 그런데, \(x\) 와 \(y\) 는 각각 점 \(P\) 의 x좌표와 y좌표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직선과 영역 \(D\)는 교점을 적어도 한 개 가져야 합니다. 이 직선이 영역 \(D\)가 적어도 교점을 하나 가지려면 이 직선의 y절편이 0보다 커야 합니다. $$k\ge 0\tag{1}$$ 그리고, 원의 중심 \((0,-1)\) 로 부터 직선 \(x+y-k=0\) 까지의 거리가 원의 반지름인 6이하가 되어야 합니다. 즉 $$\frac{\lvert-1-k\rvert}{\sqrt{1^2+1^2}}\le6\iff-1-6\sqrt{2}\leq k \leq-1+6\sqrt{2}\tag{2}$$이어야 하고 (1)과 (2)를 연립하면$$0\lt k \leq-1+6\sqrt{2}$$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k\) 의 최댓값은 $$-1+6\sqrt{2}$$ 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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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
2 years ago

엄청난 태클은 아니지만

x축 위에 있는 어떤 점 Q에 대하여 AQ + BQ <= 6이다

x축 위의 점 Q에 대하여 AQ + BQ 의 최솟값이 6 이하이다

를 일반적을 같다고 놓으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에서는 최솟값이 존재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최솟값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요.

닫힌 구간에서 다루는 함수의 문제나 닫힌 집합 위를 움직이는 점의 경우는 같다고 놓아도 되지만요.

수학이좋아
2 years ago

(1)에서 k>=0이라고 두셨는데 맥락상 등호는 빠지는 것이 맞지 않나용..?의아해서 여쭤봅니다..!

수학이좋아
2 years ago

그리고 #4는 x+y의 최댓값 찾기로 두어야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